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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처럼 떠나는 일상

삼국시대에 창건된우리나라 3대 관음영지 강화 보문사

by 여시얌 2024. 6. 12.

신라 선덕여왕 시기에 창건된 사찰 

강화 석모도 낙가산에 자리 잡고 있는 보문사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강화도로 내려와 창건한 사찰이라고 한다. 창건할 때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산의 이름을 따서 낙가산이라 하고, 관세음보살의 원력이 광대무변함을 상징하여 보문사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보문사의 한자를 보면 '넓을 보'와 '문 문'을 쓰고 있었다. 

33관음 사리탑과 오백나한상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우리나라의 관음성지는 3군데인데 양양 낙산사, 금산 보리암과 함께 강화 보문사가 바로 그곳이다. 관음보살을 두고 기도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관음성지(관음기도 도량)라는 것인가 보다. 나는 불교가 아닌지라 기도의 영험함이라든지 뭐 그런 것은 잘 모르지만 예로부터의 보존된 천년고찰의 모습과 역사를 지켜왔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천인대의 와불전, 개성 있는 오백나한상, 그리고 기도의 영험함을 가진 석굴 법당 

보문사는 지나온 세월만큼 쌓인 이야기도 많은 것 같았고, 볼거리도 많았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면 매표소 옆으로 절의 입구임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작품 같은 일주문을 만나게 된다. 일주문은 사바세계와 부처의 세계를 나누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더 오르면 시원한 물맛이 일품이라는 옹달샘을 가진 용왕전이 있다. 용왕전에는 커다란 금색의 잉어와 용의 모습 조형물이 자리 잡고 반짝이고 있었다.

 

보문사의 중심에는 극락보전이라는 전각이 배치되어 있고, 불상없이 탱화가 보안된 삼성각, 대웅전 앞에 위치한 범종각, 경전을 넣고 소원을 비는 윤장대 등이 둘러싸면서 배치되어 있는 듯했다. 그 외 내가 보는 걸 놓치긴 했지만 초가지붕의 참선 수행 거처인 선방이나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귀중한 자료가 된다는 맷돌, 절구 등이 있다.

 

또한 경내에는 사찰과 거의 함께 자리해 왔을 수령이 약 600년이 되는 향나무와 300여년의 세월을 살아온 느티나무도 있으며, 경내 주차장에도 600여년의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장대(왼쪽사진), 범종각(오른쪽사진)
삼성각 내부 탱화모습

이렇게 많은 볼거리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와불과 오백나한, 석굴 법당이 아닐까 한다. 

 

와불전은 천인대 위에 조성된 전각으로 열반 당시의 석가모니 부처의 모습인 '와불' 모셔져 있다. 이 와불은 전체 신장이 10m이고, 열반대는 13m 규모라 한다. 와불 뒤편으로 1m 정도의 공간이 있어 주위를 돌면서 참배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살짝이라도 들어가 뒷부분도 보고 왔었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왠지 좀 불손스러울 듯하여 앞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 본다. 와불의 모습은 옷이나 손의 모양, 표정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었고, 느낌으로는 편안하게 잠든 듯 보였다.

와불전의 와불

아래 열반대는 구름의 모양을 아름답게 조각하여 표현하였으며 다른 곳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모습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본 열반대의 모습은 초와 각종 물품(?)들에 가려져 일부분만 조금 보이는 정도라 뒤늦게 홈페이지를 통해 그게 구름 모양이 조각된 열반대라는 것을 알게 되지 않은 이상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오백나한상33관음 사리탑을 감싸듯이 조성되어 있고, 나한 하나하나가 모습과 표정이 각각 모두 달라 특이하다. 각각의 개성적인 모습을 자유분방하게 나타낸 것이라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 삶의 모습과 닮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람들 모두도 비슷한 듯하나 깊숙이 들여다보면 다르듯이 삶의 다양함과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함께 있는 사리탑은 무척이나 세심한 손길로 만들어졌을 것 같이 석탑이지만 너무도 섬세하게 조각된 탑이었다. 

오백나한상

석굴 법당삼존상과 관세음보살상, 나한상이 봉안된 곳이다. 우리나라의 흔치 않은 석굴사원으로 석실의 역사는 보문사의 창건 역사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 같다. 나한상은 신라 선덕왕 시설 어부들이 고기잡이에 나갔다가 그물에 걸려온 석불상 22개를 이곳 동굴에 안치하였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

 

석굴 법당은 내부는 천연 동굴이며, 입구에는 무지개 모양을 한 3개의 아치형 홍예문을 조성하여 미적 아름다움에도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곳에는 '신기한 약수'와 '깨지지 않는 옥등잔' 등 신비한 일화들이 많이 있다고 하며, 기도의 영험함으로 인해 신통굴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석굴법당 외부
석굴법당 내부(폰카로 멀리서 잡은 탓에 선명하지 못하다)

모든 법당 안에서는 불자들이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들 개개인의 소원 하나하나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고 바라는 기도이겠지... 열심히 불공을 드리는 모습에서 '우리의 어머니'들의 마음이 조금 느껴지는 듯도 했다. 드라마에서나 보게 되는 정안수 한 그릇과 여인의 기도가 잠깐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계단을 오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마애석불로 가는 길 

극락보전(대웅전)의 옆으로 보면 뒤편의 낙가산 마애석불로 오르는 계단이 쭈욱 이어진다. 총 419개의 계단을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가파른 편이기도 했고 더운 날씨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3분의 1지점 정도 올랐을 뿐인데도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생각 없이 청바지를 입은 탓에 땀에 젖어 바지가 달라붙어 걷는 게 쉽지 않았다. 다음에 갈 땐 바지를 좀 편하게 입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애석불로 오르는 계단

그래도 그렇게 오르는 길이 그저 힘들지만은 않았다. 중간중간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기도 하고, 오르며 보니 서해바다가 넓게 펼쳐지며 눈을 만족시킨다. 어느 정도 오르니 소원계단 전망대라 불리는 곳이 나온다. 멀리까지 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소원을 담아 소원지를 걸어놓는 용왕단이 있었다.

 

철 혹은 청동으로 주조된 것 같고 용이 꿈틀대는 모습으로 용왕전에 있던 황금빛 용과 비슷한 듯 하지만 좀더 역동적인 느낌을 받게 했다. 경치를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일몰이 아름다워 연말 해넘이 장소로 유명한 곳이란다. 그렇게 잠시의 쉼을 가지고 다시 남은 계단을 오른다. 

소원지를 거는 용왕단

마지막 지점에 가까워지니 소원등과 황금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모두의 소원이 이곳에서도 빛을 밝히는 것이리라. 그리고 드디어 눈썹바위 마애석불좌상을 만나게 된다. 마애관음석불은 높이 920cm, 너비는 330cm이다.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으며 두 손 모아 병을 들고 있어 다른 부처상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얼굴의 눈, 코, 입 또한 지금까지 보아오던 부처상과는 다르다.

 

냉정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뭐랄까 마당쇠 이미지가 난다.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에 새겨져서 아주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찰로 봤을 때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정성으로 기도를 올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마애석불좌상

 

위치와 입장료, 주차비, 기타 정보 

석모대교가 생기고서는 차량으로 오갈 수 있어서 참 편해졌다. 

▶ 위치 :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828번길 44 

▶ 입장료 : 일반 2,000원 / 중고생 1,500원 / 초등학생 1,000원 

▶ 이용시간 : 하절기 07:00 ~ 19:00 / 동절기 07:00 ~ 18:00 (보문사 홈페이지 기준.)

▶ 주차 : 별도의 주차장이 있으며 2,000원. (경차 할인은 없는 듯함. 카드가능.) 

 

극락보전 맞은 편에 종무소가 있으며, 종무소 좌측으로 한 층 내려가면 공양간이 있다고 한다. 철야기도를 하는 방문객을 위한 숙소도 마련되어 있다. 오르는 길에 보면 '감로다원'이라는 전통찻집이 있어 다원에서 직접 담그고 달여서 만든 전통차를 만날 수 있다. 가격도 3천원부터 6천원으로 저렴하여 편안하게 이용가능할 듯하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이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작지만 알찬 기념품샵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