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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처럼 떠나는 일상

김포의 명소이지만 닫혀 있던 국가유산 '우저서원'

by 여시얌 2024. 5. 28.

나지막한 집들 사이에 옛집 같은 느낌인 '우저서원' 

약간은 시골길스럽고 좁은 편인 구불구불한 길을 가다가 소나무가 중간에 서 있는 연못즈음에서 멈춰 서니 만나게 되는 곳이 '우저서원'이었다. 서원은 주변이 나지막한 집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었고, 가까이 붙어 있는 집들과 다르게 단아하면서 홀로 동떨어진 세계를 만들어 놓은 느낌이었다. '우저'라는 이름은 서원 주변에 소들이 물을 먹는 높지가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한다. 현재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되어 있는 김포의 명소 중에 한 곳이다. 

서원은 숲을 뒷 배경삼아 자리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마치 단을 쌓은 것 같이 삼단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제일 아랫단에는 건물의 정문 격인 '외삼문'이 있다. 실제로 방문한 때에는 외삼문이 쇳대로 잠겨 있어서 들어가서 둘러보지는 못하고 그저 밖에서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만 했다. 어찌 됐던 바라보니 외삼문을 들어서 한 단을 오르면 유생들의 강학공간인 '동재'와 '서재'가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단을 오르면 강당인 '여택당'이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서원 뒤에는 제향 공간인 '문열사'가 있다고 하는데, 앞에서 볼 때는 자세히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서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서원 뒤편 언덕에는 조헌의 묘가 있다고 한다. 

마주 보고 있는 동재와 서재
동재 옆면으로 한단 높은 여택당

서원 정문으로 연못이 하나 있는데, 이 연못의 이름은 '우저'라고 한다. 사실 소들의 물을 먹이는 늪지로는 너무 예쁜 곳이다. 이 연못이 우저서원의 전체적인 모습과 어울려서 마치 커다란 양반가의 정원을 걷고 있는 것 같다. 한국정원을 제대로 보여주는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여름에는 이곳에 연꽃이 핀다고 하는데 그 모습은 또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그 때쯤이면 서원에 있는 느티나무가 더욱 푸르러져서 한층 전통적인 한옥과 한국정원의 멋을 돋울 것 같다. 

 

700의사와 함께 전사한 의병장 중봉 조헌의 생가 터 

우저서원은 중봉 조헌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인조시대에 지어진 서원으로, 중봉 조헌의 생가 터이다. 중봉 조헌은 선조 대의 문신이자 학자이며,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도끼를 지고 일본 사신의 목을 벨 것을 청하는 도끼상소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이름이 낯선 것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는 역사책에 나오는 몇몇 이들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조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조헌은 율곡 이이와 토정 이지함을 스승으로 모셨고, 율곡을 깊이 존경했다고 한다. 병학에 밝아 선조에게 조언을 많이 했던 듯하다. 하지만 선조에겐 소귀에 경읽기가 되어 버린 것 같지만 말이다. 임진왜란 역시도 예측했으나 주변과 그 시대의 왕 선조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듯하다.

 

임란이 터졌을 때 조헌은 옥천에서 의병을 일으켰으며, 승장 영규가 홀로 적과 대치하고 있는 청주로 향하여 연합함으로써 한 차례 적에게 승리하였다. 다시 왜군을 막기 위해 금산으로 향했으나, 전공을 시기하던 관군들로 인해 많은 의병 병력이 흩어져 버렸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남은 용사가 700인이었는데, 그들은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하며 중과부적인 적병과 맞서 싸웠다고 한다. 하지만 화살이 모두 떨어지자 왜적이 거침없이 이들에게 달려들었고, 결국 조헌과 영규를 비롯하여 700인이 모두 전사하였다고 한다. 이 전투를 금산전투라고 하며, 700인의 의사를 모두 한 곳에 모셔 칠백의총이라 이름하였다 한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은 나라가 위급한 상황에서도 남들을 시기하고 끌어내리려는 관군이라니... 

 

열린 공간으로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램 

알지 못하던 내용을 각종 문화재를 찾음으로 해서 하나의 교훈과 역사적 사실을 한 얻게 된다. 관리만 잘된다면 이런 곳은 상시개방이 되면 좋겠다 생각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니까. 특히나 민간인으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의병들의 그 의로움으로 인해 우리가 당당하게 이 땅에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 되어 준다. 

 

찾아가는 길과 주차 

▶ 위치 : 경기 김포시 중봉로25번길 87(감정동 492번지) 

▶ 주차 :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 앞쪽 공터나 주변 비어 있는 공터를 이용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