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NN '선정 한국 최고 여행지 50선'에 뽑혔던 순천 낙안읍성
미 CNN에서 뽑힐 만큼 기억에 많이 남을 수 있는 여행지가 바로 순천의 낙안읍성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내가 낙안읍성을 찾은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갈까 말까 무척이나 고민을 했었는데 결론적으로 볼 때 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비가 차분히 내려앉듯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성곽 내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덕분에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한 곳 한 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게다가 비로 인해 기와는 까만색에 빛을 더하고 있어 반짝이고 있었으며, 채색이 된 곳은 오히려 각각 자신이 가진 색을 자랑스럽게 뽐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원래 낙안읍성이 생기게 된 것은 고려 후기부터 왜구의 침입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선 전기에 흙으로 쌓은 성이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1424년부터 여러 해 거치면서 돌로 다시 성을 쌓으면서 규모를 넓히게 되었다 한다. 성곽과 내부 마을은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하며, 실제 주민들이 거주 중으로 성곽의 자잘한 일과 관리까지 도맡아 하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곽 내에는 민박이 여러 채 있음을 볼 수 있었는데 주민들이 운영하는 것이다. 아마 주말이 되면 민박에 체험을 겸해 찾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 같았다. 다만 내가 간 날은 민박도 고즈넉하게 조용한 느낌이 가득했다.
옛 성곽을 거닐며 그 시대로 뛰어넘는 상상을 하다
조용하지만 계속 되는 빗 속에서도 학생들의 견학은 계속되는지 가끔 까르르 거리며 우비를 입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곤 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아이들에게는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었다. 어른들이라면 대부분이 비를 귀찮아했을지 모르는데 그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개의치 않고 비 웅덩이를 뛰어넘거나 아예 풍덩이며 장난을 쳐대곤 했다. 이상하게도 나도 그에 동화되어 기꺼이 그 시대로 돌아가보는 상상을 해보곤 했다.
동헌에는 볼기를 맞는 틀이 있어 날이 좋았다면 같이 엎드리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잠깐 나도 그 시대의 일원이 되어보기도 한다. 중간쯤에는 단오가 되면 아씨들이 자유를 누리는 마음으로 탔을 법한 긴 그네를 만날 수 있었고, 또 어느 곳에서는 놋그릇을 닦는 체험을 할 수도 있고, 투호 같은 전통놀이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그 외에도 갖가지 체험공간이 있었지만 평일이라서인지 아쉽게도 거의 닫혀 있었다. 다행히 비가 심하게 내리지는 않아서 성곽으로 올라 거닐 수 있었는데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오면 성곽은 통제되는 듯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미끄러운 탓에 안전사고 예방차원에서인 듯한데, 맑은 날이 아니라면 성곽에 오를 때는 운동화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다면 성곽을 따라 꼭 걸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거닐다보면 초가집 전경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게 될 테니...
민속음식점에서 먹는 한 접시의 파전과 비빔밥
도착한 시간이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인 탓에 배가 고팠었다. 이 즈음되면 비가 오는 막걸리에 파전이 당기는 게 당연한데 이 곳만 볼 생각이 아니었기에 막걸리는 접어두기로 한다. 하지만 비에 파전은 포기할 수가 없는 조합이었다.
배가 고팠기 때문인지 정신없이 먹다보니 다 먹지 못할 정도로 푸짐한 양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친절하신 주인장은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웃음으로 화답을 하신다. 음식맛도 맛이지만 그 웃음에 기분이 좋아지며 친절이라는 양념이 뿌려진 것 같아 더 맛있게 느껴지는 듯했다. 빠진 곳이 없는지 성내를 한 바퀴 다시 돌아볼 때도 알아보시고는 웃음으로 인사를 해주신다. 괜스레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성내에 사시는 다른 분들도 친절할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사실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는데 다 올릴 수가 없어 아쉽고 눈으로 본 많은 이야기를 다 풀어놓을 수 없어 아쉽다. 그날 나에게 낙안읍성은 물레방아의 물을 담은 연못에서는 연꽃이 피어나고 있었으며, 장독대에 수많은 항아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떨어지는 빗방울에 따라 음악이 연주될 것 같았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은 주민들의 염원을 받아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을 할 것 같았고, 물레방앗간에서는 연인들의 소곤거림이 들릴 것만 같았다. 그러니 순천에 가게 된다면 꼭 한 번은 방문해야 할 곳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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