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바다 부산...
그 중에도 광안리는 내가 살아왔던 곳이다
서울로 완전히 올라온 것은 2000년의 봄이었고
그 이후로는 일에 좇긴다는 핑계로 매년 내려가 보지도 못하고
살아가는데 정신없다고 늘상 마음만 그곳에 있곤 한다
시간들이 흘러감에 따라 부산은 점차적으로 변해갔고 가끔 부산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면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어디가 어디인지 잘 알아채질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나마 부산 광안리는 엄마의 무덤과 같은 곳이 되었기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면 무조건 들르다보니 다른 곳에 비해서는 좀 낫긴 하지만
이번 겨울 광안리를 들러 조금 돌아보니 구석구석이 많이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광안리에 가면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에게 있어 고향같은 곳이 되었기 때문인데
광안초등학교와 광안여자중학교(지금은 한바다중학교로 변했다)를 거쳐왔기에
광안리 바다는 해운대나 송정, 송도 같은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더우기 엄마가 있는 백산에서 바로 보이고 연결되는 곳이 또한 광안리 바다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할 대학 1학년 겨울에 엄마는 나를 떠나 하늘로 돌아갔고
나는 혼자 아닌 혼자가 되었다
그해 겨울내내 곁에 아무도 없음에 힘들다 느낄 겨를도 없이 봄이 되자
마음의 의지처라도 되어주시던 아버지도 '못해줘서 미안하다'란 말 한마디만 남기신 채 하늘로 돌아가셨다
엄마가 데려가신 걸까? 알 수가 없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은 2년 남짓이라 내겐 아버지와의 기억이 그다지 남아 있지 않다
아니, 우습게도 어릴 적 기억들이 거의가 지워지고 없다
가끔 나혼자 그렇게 생각하지만 선택적 기억장애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무튼 삶이란 내게 있어 죽을 것 같은 때를 겪으면서도 버틸 수 있는 일말의 조각은 주어졌던 것 같다
초등학생 때도 중학생 때도 그 이후 많은 시간들도 나에게는 광안리 바다가 휴식처이고 안식처였다
지금은 광안대교가 생기면서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고 주말이면 붐비지만
나의 어릴 적은 광안리보다 해운대가 훨씬더 붐비는 곳이었다
오늘 다시,
부산을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못견디게 광안리 바다가 그립다
이젠 옛날에 비해 백사장도 너무 없어져 버렸고
백사장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통기타를 치던 낭만도 사라졌으며
한 때는 성게도 나오던 맑은 바다가 지금은 오염일로를 걸으면서 냄새까지 난 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광안리는 힘을 재충천할 수 있는 곳이며
심기일전 마음을 다잡고 응어리졌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다
지금 마음은 달려나간다
뒤처지는 몸을 보며 안타깝지만 마음만이라도 바람처럼 자유롭게 바다로 향하게 둔다
그래야 살아 숨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날이다
답답함을 풀어버릴 수 있는 작은 기대이다
우울의 한 조각까지 날려보낼 수 있는 그런 희망이다
상상이라도 자꾸만 바다로 나를 내몰고 싶은 그런 흐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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