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전래된 시점에 창건된 현존 최고(最古)의 사찰
강화도를 여러 번이나 방문했으면서 전등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워낙 유명한 절이라 가봐야지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절이나 성당, 교회 등의 종교시설에 방문을 하게 되면 이상하게 너무 조심스러워지는 이유 때문에 주저하게 되곤 한다. 그런데 가보고선 정말 가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고찰이 성곽과 산세에 둘러싸여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듯도 하고 그윽한 듯도 하게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마음속에서 깊은 안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남문을 통해 전등사로 올라갔는데, 남문은 옛 성곽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조금 올라가다보면 왼쪽으로 부도전이라는 비석이 자리를 잡고 있고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방문객들이 종교를 떠나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죽림다원이라는 곳이 편안한 인상을 주며 자리하고 있었다. 다원 바로 위에는 법당이면서 갤러리로도 쓰이는 듯한 무설전이 독특한 양식으로 건축되어 있었다. 법당이라기보다는 미술관이 더욱 어울릴 법했던 이유 중에는 처마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 어린 왕자가 무엇인가를 바라보듯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리라. 어느 작가의 작품인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그러고 보니 카페 앞에도 어린 왕자가 기원의 돌탑을 손에 올려놓고선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무설전은 한 걸음 들어섰다가 누군가가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라 내부를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찰나의 시간이라도 내부가 감각적이면서도 멋지게 꾸며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약사전도 스님께서 기도 중이어서인지 문이 닫혀 있는지라 목탁소리만 들었을 뿐 내부를 보지 못했는데 대웅보전과 약사전은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로 정교한 조각들로 인해 아름다움과 희귀성을 지니는 듯하다. 대웅보전은 내부 유물로 탱화와 목판이 있다고 한다. 곧 설 명절이 다가오는 터라 대웅보전 앞에는 소원을 적어 올린 색색의 연등이 많이 띄워져 있었다. 그리고 하나더 기억에 남는 건물은 전등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 대조루인데, 기둥마다 시조를 적은 것 같은 편액이 걸려있고 아래에는 그 해석을 해놓은 것이 붙어 있어 한 바퀴를 돌면서 시조(?)를 읽는 재미가 있었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하고 고려 때 전등사로 이름이 바뀌며 그 명맥을 이어왔으니 그야말로 긴 세월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국가적인 보물과 국가사적, 인천유형문화재와 기타 문화재 등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나들이는 교육적인 측면이 되어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독특한 전설과 신화를 살펴보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전설이나 신화 하나쯤은 당연히 있겠다 싶은 게 사실이다. 하마터면 이런 전설을 놓칠 뻔 했는데 어떤 어르신이 같이 온 일행 분들에게 하시는 얘기를 통해 알게 되고 덕분에 살펴보게 되었다. 전등사의 대표 건물인 대웅보전에 '나부상'이라는 목조각이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데 여기에 전설이 묻어 있었다. 이야기는 대웅보전 건립에 도편수가 불사를 하던 중 마을의 주모와 깊은 사랑에 빠졌고, 불사를 마치면 혼인할 생각으로 모아 둔 돈을 모두 그 주모에게 맡겼다 한다. 그러나 공사 막바지가 되었을 즈음 주막으로 가니 여인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는데, 사라진 여인 생각으로 힘겨워하던 도편수가 마음을 다잡고 끝내 대웅전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때 대웅전 처마 네 군데에 지붕을 떠받치는 벌거벗은 여인상을 만들어 그 여인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성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솔직히 나라면 욕하고 저주를 퍼부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마음이 대단하단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하나는 단군신화의 줄기가 되는 삼랑성이다. 전등사로 들어서려면 성문을 지나게 되는데, 이 성문이 바로 단군의 세 아들 부여, 부우, 부소가 쌓아서 만든 고대 토성인 것이다. 세 아들이 성을 쌓기 시작하면서 전국 각처에서 구름같이 남자들이 모여들었으며, 큰 바위를 주먹으로 두드려 쪼개 이쪽 산에서 저쪽 산으로 던져서 쌓아 성벽이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산의 지형을 이용해 능선을 따라 축조하였는데 길이가 2,300m 정도라고 한다. 남문으로 들어가서 성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을 선택하게 되면 토성이 세월을 거치면서 다듬어지고 쌓여 운치를 자아내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내려오는 길에 성벽을 따라 들르는 것보다 오르는 길에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계단을 만들어놓았지만 내려올 때는 살짝 미끄러질 우려가 있어 보였다.
위치와 주차요금, 템플스테이 정보
전등사 주소는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이다. 맵을 이용하면 전등사 동문주차장이나 전등사 남문주차장으로 나오는데 이왕이면 남문주차장을 추천한다. 주차를 한 후 주차비를 정산한 후 도보로 약간만 올라가면 된다. 입장료는 무료이나, 주차비는 별도로 운영되는데 소형은 2,000원, 대형은 8,000원이고,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이다. 결제는 현금이나 카드 모두 가능하다.
템플스테이는 불교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며, 평일에는 휴식형 템플스테이, 주말에는 체험형 템플스테이로 운영된다고 한다. 프로그램을 확인해보니 새벽예불, 참선수행, 발우공양, 다도체험, 사찰순례, 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청은 전등사 홈페이지나 네이버를 통해 예약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찰 내에서도 신청을 받는 것 같았고,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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