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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처럼 떠나는 일상

달맞이하기 좋은 강화 연미정과 월곶돈대

by 여시얌 2024. 2. 23.

남과 북이 하나로 흐르는 강을 품은 강화 연미정과 월곶돈대  

강화 해안선을 지키는 군사시설이었던 '월곶돈대' 안에 오랜 수령의 느티나무와 팔작지붕의 정자가 하나 자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돈대는 밖으로 성곽을 쌓고, 안에는 포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화도에는 해안선을 따라 53개의 돈대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강화도를 다니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돈대를 만날 수 있다.

월곶진

 

그중 하나가 바로 월곶돈대인데 둥근 형태의 돈대이며, 블랑기포를 쏘는 포안과 소총을 쏠 수 있는 총안이 설치되어 있다. 다른 돈대와는 다르게 출입문이 동그란 홍예문이라 차별화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돈대 안에 정자가 있다는 것도 이례적이지 않나 싶다. 

연미정

 

이 정자가 바로 '연미정'으로 높다란 주초석 돌기둥 10개 위에 팔작지붕이 겹처마로 올려진 형태로 수백년 수령의 느티나무와 마치 하나의 묶음처럼 보인다.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느티나무는 두 그루였다. 그중에 500년 된 한 나무는 태풍으로 인해 꺾여서 쓰러졌지만, 고사한 줄 알았던 나무에서는 새로운 생명인 새싹을 품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정말이지 생명의 신비로움이 마구 느껴진다. 

 

연미정이라는 이름은 앞으로 바라다 보이는 강이 한강과 임진강의 합해진 물줄기가 하나는 서해로, 하나는 강화해협으로 흐르는데, 이 모양이 꼭 제비꼬리 같다고 해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언제 처음 지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고려 고종이 사립교육기관인 구재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이곳에서 공부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고, 조선 중종 5년 삼포왜란 때 큰 공을 세운 황형에게 이 정자를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조 5년 정묘호란 때는 강화조약이 체결된 곳이기도 하단다. 현재는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정자에 오르면 북으로는 황해도 개풍군과 파주시가 보이고, 동으로는 김포시가 보인다. 옛날에는 서해로부터 서울로 가는 배가 정자 밑에 닻을 내리고 기다렸다가 조류를 타고 한강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바로 북한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아련하게 보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연미정은 강화십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자리로 가만히 앉아보면 한가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운치가 있다. 

 

정자와 함께 수놓는 일몰 그리고 달맞이 

강화의 아름다움으로 뻬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연미정 달맞이'라고 한다. 연미정은 '왕은 사랑한다'라는 드라마 촬영지로 나올만큼 경치도 아름다운 곳이고, 하늘을 수놓는 낙조 역시도 아름답다. 내가 찾은 날은 낙조는 보았지만 달맞이는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바로 음력으로 정월 대보름날인데, 날이 맑다면 한번 찾아가 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연미정에서 바라본 일몰

 

연미정에서 둘러싼 성곽을 따라 걸으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양한 모습들이 보여서 해가 넘어가는 위치를 따라 사진을 찍으면 각각이 다른 모습을 선보이면서 마음으로 훅하고 들어오는 느낌을 받는다. 바다와 함께 하는 낙조는 물결을 따라 일렁이는 빛의 반사가 아름답고, 산으로 넘어가는 무렵의 낙조는 정자와 함께 찍으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아마도 정자 위로 달이 떠오르는 모습도 분명 아름다울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 강화의 돈대들은 해안선을 끼고 있어서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다르긴 해도 모두 일몰이 아름다운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연미정과 낙조

 

소재지와 주차, 기타 확인사항 

연미정은 군사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일반이 출입이 제한되었던 곳이라 군부대 허락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했지만, 2008년 통제구역이 해제되어 현재는 신분증만 제시하면 일반인 출입이 가능하다.(어느 방면에서 방문하느냐에 따라 신분증 제시 여부가 다르다고 함.) 주소는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 242 이다. 휴일이 없이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지만 군작전 중에는 출입이 통제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두는 게 좋겠다.

멀리 보이는 북한 황해도

 

원래 돈대이기 때문에 큰 볼거리보다는 아기자기하게 숨어 있는 볼거리를 찾아보는 즐거움과 함께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면 좋다. 그렇게 천천히 월곶진에서부터 돈대로 오르는 길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그저 둘러만 본다면 20분이면 충분하게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난 일몰까지 보느라 좀 오래 머무르긴 했지만 말이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차는 별도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무료이다. 근데 좁은 편이라 금방 만차가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 점은 유의하는 게 좋겠다.